누가 왕따를 만드는가

누가 왕따를 만드는가

아카사카 노리오

유아이북스

출간일2014. 8. 10.
ISBN9788998156220

정가

14,500원

책 소개

이 책은 주위에 만연해 있는 왕따 현상을 치밀하게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인류학, 사회학에 정통한 민속학자로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는 암묵적인 폭력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는 다수가 소수를 억압하는 왕따나 차별 문제를 '배제'란 키워드로 설명한다. 또, 이 배제의 현상을 학교 내 따돌림, 노숙자 살인, 사이비 종교, 묻지마 범죄, 장애인 차별, 젊은이들의 현실 도피 등 6개의 주제로 나누어 분석했다. 과거 일본에서 일어났던 괴기한 사건들이 현재 한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내용에 등장하는 사례들을 살펴보자. **첫 번째 이야기 - 교실 속 투명 인간들의 소리 없는 외침** 1979년 9월 일본.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던 중학교 1학년 소년이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했다. 재일한국인이었던 그는 민족 차별로 인한 왕따를 견디지 못하고 죽음을 택한 것이었다. 소년의 장례식 다음날, 따돌림을 당하던 또 다른 남학생이 귀가하던 중이었다. 한 아이가 쫓아오더니 “이번엔 네 차례야” 하고 위협했다. 왕따의 새로운 표적이 된 남학생은 신경성 위염으로 2주일이나 학교를 쉬다 결국 전학을 갔다. ‘이번엔 네 차례’라고 위협을 가한 아이가 자신이 왕따를 당하게 될까 봐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저자는 왕따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신체적인 폭력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무시, 투명인간화처럼 추상화되고 있다고 한다. 존재 자체를 거부당하는 아이들은 ‘차라리 한 대 맞는 게 낫지’라며 고독에 몸부림친다. **두 번째 이야기 - 도시의 쓰레기, 노숙자 살인 사건** 지하도의 후미진 곳에 웅크리고 있는 노숙자를 곁눈질로 살피며 빙 둘러가는 사람들. 우리는 청결하고 아름다워야 할 도시의 미관을 해치는 그들을 도시 밖으로 밀어낸다. 예전엔 넝마를 두른 거지나 정신이상자가 마을에 하나 둘은 꼭 있었다. 더럽다고 놀려대면서도 연민의 정으로 먹을 것을 주던 풍경은 그저 추억으로 남아버렸다. 차이와 불결함을 인정하지 않는 현대 사회는 언제부턴가 그들을 정신병원, 지하도, 달동네 등으로 몰아냈다. 그들은 사회 구성원으로 결코 인정받지 못한다. 즉, 시민사회에서 쓸모없는 기생적인 존재로 여겨진다. 일도 하지 않는데 생활보호를 받고 있는 노숙인의 모습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져 비난을 받기도 했다. 우리는 노숙자를 시민사회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으로 밀어내면서 시민으로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재인식한다. 노숙자는 시민으로서 최소한의 의무조차 하지 않는 자이기 때문에 그런 처지로 전락해 가는 것이 마땅하다는 공포심을 시민에게 심어줌으로써 일탈 행위를 금지시키는 것이다. **세 번째 이야기 - 가정에서 버림받고 사이비 종교에 빠진 여성들** 1980년대 일본에서 ‘예수의 방주’ 사건이 매스컴에 크게 보도되었다. 예수의 방주는 사이비 종교집단으로 신자의 대부분은 젊은 여성이었다. 그들은 가정을 버리고 예수의 방주에 입회하여 공동생활을 하지만 가족들은 납치라고 주장하며 경찰에 수색을 요청한다. 당시 여성의 집단 실종으로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사이비 종교의 특징은 교주를 신격화하고, 탈퇴의 자유가 없으며 집단생활을 하는 것이다. 또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것은 대부분 여성이 라는 점이다. 남편의 바람과 폭력 등으로 소외당한 여성들은 종교집단을 통해 구원받으려 하는 것이다. 가족들은 사이비 교주가 아내와 딸을 납치해 갔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그녀들은 제 발로 사이비 종교단체로 들어온 것이다. **네 번째 이야기 -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장애인** 님비(NIMBY)란 지역이기주의 현상을 일컫는 말로 ‘Not In My Backyard(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의 줄임말이다. 과거에는 주로 장례식장, 교도소, 쓰레기 소각장 등 소위 혐오시설을 대상으로 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장애인 복지시설, 임대주택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겉으로는 장애인 복지에 찬성하면서 우리 지역만큼은 안 된다는 시민들의 이중성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 책에서는 자폐아재활시설 건립에 반대하는 신도시 주민들의 이야기를 예로 들고 있지만 도시인들이 거부하는 이방인은 비단 장애인에 그치지 않는다. 임대주택, 다문화 가정, 정신병원 등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존재로, 도시인들이 자신과 함께 사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들이다. **다섯 번째 이야기 - 외톨이들의 반란, 묻지마 범죄** 묻지마 범죄는 도시의 혼잡함 속에서 이름 모를 이방인과의 맞닥뜨림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묻지마 범죄가 일반 범죄와 다른 점은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즉, 가해자는 범행에 특별한 이유 없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폭행이나 살인을 저지른다. 2012년 대검찰청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묻지마 범죄자의 10명중 8명은 빈곤, 소외계층이다. 소외계층은 범죄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사회에 알리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를 단순한 정신병자의 소행으로 치부한다. 국가는 그들에게 심신상실자라는 딱지를 붙여 정신병원으로 방출하여 다시 한 번 사회로부터 격리시킨다. **여섯 번째 이야기 - 신비주의에 빠진 젊은이들** 환생을 소재로 한 만화책에 빠진 일본 소녀들이 자신의 전생을 보기 위해 자살을 시도했다. 정신을 잃는 순간 전생을 볼 수 있다는 속칭 전생 찾기 놀이였던 것이다. 최근 젊은 세대는 판타지나 신비주의에 열광한다. 신비주의에 대한 관심의 이면에는 뿌리 깊은 고독과 그것을 치유하고 싶은 욕망이 담겨 있다. 각 이야기에 나오는 사건들은 현재, 아니면 가까운 미래에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일이다. 시민사회의 울타리에서 벗어나는 것. 그 아픔은 우리들의 상상을 훨씬 뛰어 넘는다. 그들은 울타리 쪽에 서서 안을 들여다본다. 노숙자들이 시민들을 폭행하거나 외톨이들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칼을 휘두르는 것은 시민사회 안으로 들어오려는 몸부림의 증거다. 그럴 용기가 없는 왕따들은 자살이나 사이비종교 같은 현실도피행을 선택해 영원히 울타리 밖으로 사라진다. 공공희생양을 찾기 위한 왕따 게임이 진행되는 한, 누구 하나 거기서 도망치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그것은 암묵적인 규칙이다. 왕따가 등교거부, 죽음 등으로 집단에서 사라지면 또 다른 왕따 찾기가 시작된다. 어제의 가해자가 피해자로 바뀌는 순간이다. 누가 왕따를 만드는가? 왕따가 될까 봐 두려움에 떠는 바로 우리 자신이다.